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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일상2011/09/21 17:58


파리는 로맨스의 도시라고 한다.


파리를 다녀왔다.


3년 전 이탈리아 여행의 깨달음이 '아무 의미 없는 여행'의 즐거움이었다면
올해 초 다녀온 스페인 여행은 더 이상 시간을 혼자 소비하는 것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이번 파리 여행의 의미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점이었다.
굳이 파리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여행지가 파리로 결정된 것은 그냥 우연찮게 웹서핑을 하다 보게 된
몽쉘미쉘의 인상적인 사진 때문이었다. 결국 방문하지도 못했지만.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여행은 아니었다.


파리는 여전했다.
12년전에 3번정도 방문해봐서 그런지 특별히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관광객이 많고 여전히 지저분하다는 정도....


하지만 10년이 지나 어른이 되어버린 눈에 들어온 것은 연인들이었다.
무릎에 앉혀서 이야기 하고 프로포즈를 하는 커플, 그리고 주위에 즐비한 그 커플들을 보고
여행 온 관광객들도 약간 들뜬 것 같았다.

하지만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여전히 내 눈엔 그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람이 이렇게 많아 번잡하고 지저분한 곳에서도 그런 감정이 생길까?
이건 혹시 파리하면 로맨스의 도시라고 누군가가 심어놓은 생각이 그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결과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아주 수완이 뛰어난 마케터겠지...


물론 내가 너무 좀 타인의 감정에 박한가라는 생각은 했다.
여행일정이 촘촘하고 기존 여행과 다르게 혼자하는 여행이 아닌지라
이것 저것이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 일수도.


하여튼 5일의 시간 동안 로맨스틑 커녕 지저분한 비둘기를 피하는데 온 정신을 쏟는 그런 여행이었다.


5일 동안 고난한 일정을 보내고 독일로 넘어가기 위해 루즈벨트 역을 지나쳐
샤를 드골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참으로 신기하게 사람이름이 붙은 지명들이 많구나라고 느꼈다.
5일이나 있었는데 떠날 때 되서야 느꼈다는 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좌석배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역방향으로 앉아
얼굴 한 가득 햇살을 마주한체 눈을 꿈뻑거리다가 갑자기  귓가에, 아니 머리속에 목소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영석아...



말줄임표 뒤의 말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중요하다.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꺠닫게 해주었으니.


영원하지 않다는 이유로 영원히 기억될 말 줄임표 뒤에 생략된 저 말이 아니라

흔하디 흔한,
구글에서 찾아보면  야채가게 사장님이 검색되는, 
그리고 인상적이지 않아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은 저 이름 .
작명소에서 지어진, 사촌의 이름과 비슷하여 부모님도 아쉬어하신 그 이름.


주위에 날 염려해주시는 분들의 걱정과 부모님의 사랑섞인 말투 이외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준 것이 이렇게 낯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혼나거나 걱정어린 말투로, 아니면 단지 나를 지칭하던 지시어가 아닌,
감정을 실어서 불려지는 내 이름이 처음으로 이쁘다고 생각했다.



약간 하이톤의, 하지만 차분한,
장난끼 가득하나 말의 끝은 진중함으로 누르는 그 미묘한 톤과 오밀조밀한 그 입모양



일련의 마음의 과정중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새삼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만은 진심이라고 믿고 있다.
아무리 연기자여도 그 미묘한 톤의 차이를 꾸며내진 못하리라.


누군가에게 불려진 내 이름이 이렇게까지 이쁘고 사랑스럽게 들리는 것에 놀랐던,
그래서 혼자 히죽거리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단지 되니이고, 불려지는 이름만으로 행복하던 그 때가 기었났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마음속에 지니고 살던 옛날의 나에게 질투가 났다.


이번 여행은 어느 순간 떠오른, 불려진 나의 이름과 그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얼굴을 비추는 햇빛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눈을 감아도 보이던 햇살 속 실루엣이 혹시나 사라질까봐 그랬을지도 모른다.



파리는 로맨스의 도시가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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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DayDreamer